Nubert, 두번째 방문

지난 주 München의 ‘High End 2010’ 참관에 앞서 Nubert매장에 먼저 들렀습니다. Nubert는 따로 딜러가 없기 때문에 청음을 하려면 직접 방문해야 합니다. (심지어 웹사이트에 영어 정보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저희 집에서 약 1시간 20분 정도 차를 몰고 가야하는 ‘Schwäbisch Gmünd‘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완전 촌동네인줄 알았더니 동료 중에 몇몇은 잘 아는 지역이더군요. 뭔가 역사가 있는 듯.

지난 1월 초에 이곳을 처음 방문하여 청음했을 때 ‘nuBox 681‘로 거의 마음을 먹었다가 막판에 들어 본 ‘nuLine 122‘ 때문에 몹시 갈등을 겪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오늘은 결정을 했음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작년 말 어렵사리 오디오를 위한 예산을 따로 책정하는데, 올 6월에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예산이 동결될 위험이 있거든요. :-)

nuBox 681의 소리를 다시 들어보았는데, 역시 좋더군요. 하지만 지난 번에도 그랬듯이 피아노 소리를 비교하니 nuLine 122와는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맑고 울림이 좋은 소리를 들려주더군요.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소리가 좋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플로어 스탠딩 형태도 같이 테스트 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커다란 인클로저에서 나오는 소리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20100515_nuvero14High End 시리즈인 nuVero 제품군과 그 아래 체급의 전문 Hi-Fi 시리즈인 nuLine, 이 두 제품군을 주로 비교했는데 놀라운 것은 두 제품군의 소리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좋다, 나쁘다 가 아니라 소리 자체가 달랐습니다.

깨달은 점 하나는, 하위 체급의 최상위 제품이 상위 체급의  어중간한 제품보다 소리가 좋더군요. 용미사두龍尾蛇頭라고나 할까요. 상위 라인인 nuVero의 중급기인 11은 확실히 저음, 중음, 고음이 단단하고 밀도 있는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잘 뭉쳐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최상급 기기인 nuVero 14에 가서야 잘 어울리더군요. 반면 nuLine 122는 각 레벨의 음의 밀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잘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0100515_nuline122마침 Pink Floyd의 음반이 청음실에 몇 장 있길래 시험해보았습니다. ‘Wish You Were Here’, ‘Comfortably Numb’, ‘Run Like Hell’과 Coldplay의 ‘Viva La Vida’ – 인트로가 끝내주죠 – 를 들어봤는데, 놀랍게도 최상급 기종보다는 그 아래 기종들, 즉 nuLine 122나 플로어 스탠드 스피커의 소리가 더 좋더군요.

결국 nuLine 122로 가기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녹음된 소리 그대로를 충실히 재생한다는 사상에는 다소 위배되더라도 약간의 포장으로 음악을 좀더 음악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 귀에 맞는 것이 아무래도 정답일테니까요.

High End 2010 참관기 #2/3

위층 매장 역시 2개 홀로 나뉘어 빼꼼히 업체들이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1층과는 달리, 이곳에는 기본적으로 청음을 하는 공간을 매장마다 제대로 갖추고 있더군요. 이걸 기대했지요. 사실 ‘보는’ 물건을 보러온 것은 아니니까요.

아쉬운 점은, 대부분이 Jazz나 Pop 음악을 들려주었다는 점입니다. 저에게는 그 음들이 별로 레퍼런스가 되지 못하거든요. 다들 자기네 flagship을 내세우고 있었고, 그런 제품에서 Jazz 음악이나 Pop 음악이 안 좋을리가 없습니다. (물론 차이야 있겠지만 저는 그걸 구분할 능력이 안됩니다. 바로 옆에 갖다 놓고 번갈아가며 비교해준다면 모를까)
제 경우는 항상 듣는 피아노 소나타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을 때 그 스피커에 대한 호불호가 확 갈리기 때문에 가능한 그쪽 소리를 들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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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단단하고 박력있어 보이는 T+A 제품들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진 것 같지 않지만 여기서는 정말 많이 보이는 브랜드입니다. (예전에 Focal 스피커 청음 때도 이 제품을 썼었습니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같은 가격대 제품을 고르게 된다면 1순위로 고려해보고 싶은 모델들입니다.

D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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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의 Euphonia MS5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 제품 유닛의 색감이 무척 끌리더군요.
샘플링 CD에 어울릴 듯한 Jazz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꽤 좋았습니다. 좀 조용한 곡에선 어떤 소리가 나올지 궁금하더군요.

Amp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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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Amphion 매장 앞에서는 바람잡이… 하시는 분이 간단한 공연을 했습니다. 영화 ‘Once’에서 나온 ‘Falling Slowly’를 부르던데, 아이구… Glen Hansard보다 훨씬 낫더군요. 고음부가 정말 멋있었습니다. 아내와 넋을 잃고 보다가 “전시장 내에서 더 좋은 소리로 자기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말에 무의식적으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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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는 아니지면 그의 스튜디오 녹음 실황과 영상 일부를 보고 들을 수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2m가 넘는 Amphion의 웅장한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이 양반이 홀에서 기타치며 노래하던 소리가 더 좋데요 ㅎㅎ
아무래도 실패한 마케팅 같습니다.

Nu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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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온 주 목적 중 하나가 이 Nubert의 ‘nuLine 122’에 어울리는 기기를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Nubert 청음실에서 열심히 들어본 후 nuLine 122로 거의 마음을 굳혔거든요.
놀랍게도 매장에는 Günther Nubert(Nubert 설립자)가 한쪽 구석에서 고객들과 진지한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딜러가 아닌 순수 동호인들과 이런 시간을 갖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이지만 이곳 독일에서 Nubert의 인기는 상당합니다. 그 때문인지 매장 내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간신히 한 사람 붙잡아서 nuLine 122에 어울리는 앰프를 추천 받았습니다.

맑은 소리를 잘 살릴 수 있는 앰프가 좋다고 하는데, 나중에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최상급 모델인 nuVero 14로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조작자 미스로 순간 거슬리는 소리가 났었습니다. 적잖이 당황하더군요 ㅋㅋ

German Physi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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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나는 German Physiks의 스피커들입니다. 상단 콘 드라이버 모양은 ‘DDD Driver’라고 하는데 전방향으로 소리를 방사하는 역할을 합니다.
굉장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 외양에 비해 소리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Gö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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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보아왔던 것들 중 디자인이 가장 모던하고 세련된 제품이었습니다. 단, 옆에 우퍼를 놔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스가 부족하게 들린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네요. 단지 착각이었는지도. (Sting의 곡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전 커다란 인클로저에서 나오는 소리를 편애하는 듯 하네요.

Em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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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전자의 ‘에밀레’에서도 근사한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사실 소리보다는 진공관 앰프 구경하기 바빴지요. (제품들 정말 아름답더군요)
구경 와중에 갑자기 직원분께서 – 한국분입니다 – 친절하게 팜플렛이 든 백을 주시길래 영어로 몇마디 감사하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전시장을 나오고 나서야 개그를 했다는 것을 알아챘지요… 오디오 구경에 정신줄을 놓고 다닌 거 맞습니다.

전 이런 이국땅에서 선전하는 우리 제품들 볼 때마다 늘 가슴이 뭉클해지데요.

Acap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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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보다 그 모양에 온통 마음을 뺏긴 독일 Acapella사의 스피커 ‘High Violoncello II’ 입니다. 전시장 내 메인은 다른 업체이고 Acapella의 스피커가 협찬을 한 것 같은데 이 강렬한 와인색은 아무리 쳐다봐도 질리질 않더군요. 덕분에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어땠는지는 하나도 기억 나지 않습니다.
사진 정리하면서 업체 홈페이지를 가봤는데, 정말 이야… 하는 감탄이 나오더군요. 보는 즐거움도 듣는 즐거움에 필적할 수 있습니다. 이들 홈페이지에 가서 제품들 구경 한 번 하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Fo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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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좋아하는 Focal 스피커의 전시장입니다. 이들이 유행시킨 Beryllium 트위터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린다고 하는데, 제 경우엔 몇달전 청음한 이후로 열광적인 팬이 되었습니다. 가격이 좀… 심각합니다만, 나중에 은퇴했을 때 이런 스피커 갖춘 청음실 하나 있었음 하는 꿈이 있지요.
뭐, Grande Utopia는 너무 괴물같긴 합니다만.

청음 세션은 Stella Utopia로 진행 했는데, 정말 최고였습니다. 극히 낮은 저역의 흑인보컬이 나오는 부분부터 듣기 시작했는데, 어지간한 스피커로는 적당히 타협을 볼 것 같은 소리를 아무 무리없이 재생해내더군요. 이어진 포크 음악의 어커스틱 기타 소리는 귀를 관통해 몸 안에서 투명하게 울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다른 전시장 관람에 대한 욕심이 없었으면 세월아 네월아 하고 앉아있고 싶던, 환상적인 사운드였습니다.

그밖에, 건너편 매장에서는 iPot 용 Wireless Speaker인 Zikmu Parrot by Starck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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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들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환상적인 디스플레이들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추: 더 상세한 사진들은 Picasa에 따로 올렸습니다.

Hi-Fi 시스템을 알아보다가…

오래된 Hi-Fi 시스템을 교체하려고 이것 저것 알아보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이곳 독일에서는 여러 시스템을 직접 보거나 청음 할 수 있도록 모여있는 장소가 없어서 쉬운 일은 아닐 듯 싶다. 마침 친구 하나가 Nubert의 제품을 같이 한 번 보는 것은 어떠냐고 하는데(Schwäbisch Gmünd 라고 여기서 150km 떨어져 있다) 한 번 가 볼 생각.

웹사이트나 간행물에서 주로 정보를 얻는 중인데, 당연히 ‘월간 오디오’란 잡지도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이건 좀 아니었다. 워낙 이쪽이 돈이 많이 드는 분야긴 하지만, 소개된 제품들의 가격 면면이 모두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어서 너무 놀랐다.
예를 들어 이번 11월호 잡지 내 Focus 섹션에서 소개하는 제품 군 중 최하가격이 2,300만원(스피커). 프리앰프는 6,600만원. Rega P9이란 영국산 턴테이블을 소개하며 650만원이란다.
압권은 케이블이었다. WEL XLR Cable이란 명품 케이블이라며 미터당 980만원(?!)이라는 데는 질려버렸다.

내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내용들이었지만, 그냥 이런 세계도 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