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simplification

Uwe와 식사 도중 이곳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늘 갖고 있던 생각 – 너무 조용하다, 정적이다, 심심하다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울이 얼마나 다이나믹한지 예를 들어가며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Uwe 왈,

“글쎄, 너가 countryside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마. 예를 들어, Berlin 같은 곳은 여기와는 완전히 틀리지. 24시간 풀 가동이야.”

문득 무언가 깨달은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산다 하더라도 서울 같은 대도시가 아닌 조그만 시골 구석에서 살게 되면 지금과 비슷한 기분을 갖게 되지 않을런지. 독일의 시골 구석에서 살면서 독일 생활이 모두 이러하다고 재단하는 것은 너무 지독한 단순화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당장 달라질 것은 없지만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귀국을 이틀 앞두고

드디어 한국에 갈 날이 이틀 남았습니다.

사실 요즘 너무 한국이 그립거든요. 2008년 들어서면서 집 밖에서 한국말을 쓸 일이 거의 없었으니 그 정도가 더 심해진 듯 합니다. 비행기 트랙에서 내리면 춤이라도 출 것 같아요.
하지만, 경험상 한국에 도착하면 처음 며칠만 좋고, 그 다음에는 또 독일로 돌아오고 싶어했습니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나 할까.

한국에서의 생활과 독일에서의 생활은 각기 일장 일단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여기는 지나치게 조용하고 정적이고, 아무 것도 없는 반면, 한국, 특히 서울은 복잡하고 다이나믹하지요. 너무 정신없고.
저희 동네를 거닐거나 시내 – 한국의 작은 읍내 정도 규모입니다 – 를 돌아다니며 간간히 사람들을 보아오다가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 한국에 갔는데 강남역에서 밀려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고 공포까지 느낀 기억이 납니다. 속이 다 울렁거리더라구요.

여기 있으면 심심하고, 한국에 있음 너무 복잡해서 머리 아프고… 자기 처한 환경에 늘 만족하면서 사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렇게 맘 먹은대로 쉽진 않습니다.

다른 장소와 환경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자주 수반되는 감정이 외로움입니다.
부모도, 친척도 없고 마음 터놓고 지낼 친구도 없는 이곳에서 외로움은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저는 그나마 괜찮은데 아내는 무척 힘들어 하더군요. 하지만 그런 이유로 한국서 사는 것이 낫다고 선뜻 이야기하기도 힘듭니다. 어떤 면에서는 군중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더 큰 법이거든요.

사회생활 10년 넘게 하면서 많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었지만 그 깊이에는 의심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불어 기존의 (상대적으로) 순수한 관계마저 많이 퇴색되어 버렸구요. 먹고 살기 바빠서, 가족이 아무래도 중요하니까 등등의 이유로 소홀해지는 것,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들과 만나서 웃고 떠들어도 뒤돌아서면 공허함만 더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외로워지지요.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 이렇게 타향살이 하면서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것이 나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모든 관계를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과 연락하고, 만나려하는 것이겠지요. 나이 들어 가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혼자 사는 거 – 별로 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쨌건, 이번에는 좀 길게 한국에 있을 수 있어서 좋네요.
SAP 직원으로서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년간 6주의 휴가, 그 중 3주를 쓸 생각입니다. 가자마자 독일을 다시 그리워하게 되더라도, 사람들을 만나며 더 외로워질지 몰라도, 어쨌건 지금은 기분 최고입니다.
정말 이번 주는 시간 안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