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飢餓에 관한 짧은 대화

점심식사 후 동료 C와 산책을 하던 중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내 스스로도 아이를 가진 후에야 기부에 관심을 갖고 시작한 터라 그리 할 말이 많진 않았지만 이 친구의 생각, 특히 기아에 대한 태도는 나를 경악하게 했다.
말인즉, 자기는 기부를 전혀 하지 않고 할 필요도 못 느낀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신들 상황도 모른 채 무분별하게 많은 아이를 낳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결국 자연은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컨트롤하고 있는 것이다, 등등.
본인이 깨닫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 친구는 멜서스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부터 시작해서 조목 조목 반박을 해주고 싶었지만 대화는 거기까지, 다시 일을 해야 했다.

기아에 있어서 문제는 식량의 부족이 아니라 배분, 즉 구조적인 것이다. 이런 근본 문제에 대한 이해는 뒤로 한 채, 자연도태설 –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 을 꺼리낌없이 이야기하는 데에서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악한 사람이 아닌, 평범하고 조용한 독일 직장인이다)

한때 같이 일하던 영국인 동료가 ‘나는 독일인들만큼 인종주의를 강하게 표출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극단적인 말은 말고라도 가끔 독일인들이 인종차별적인 말에 상당히 둔감하다는 것은 느낀다. (서구 외 지역에 대한 무관심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에겐 농담거리나 무관심의 대상일지 몰라도 상대편은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엔 너무 잘 난, 그런 나라에서 살고 있는 지 모르겠다.
이럴 땐 이런 곳에서 애 키우고 살아야하나 싶다.

한국에 별 관심 없는 독일인

종종 느끼는 것인데, 이곳 사람들은 참 우리나라에 관심이 없습니다.

억지로 관심 가질 필요까지는 없지요. 하지만 명실상부 아시아 4위, 세계 13위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고 근대사에서 어느 정도 독일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점, 자주 이슈화되는 북한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상식은 기대할 수 있잖아요. 게다가 팀 내 2명의 아시아 인 중 하나이고.
그런데, 우리나라에 대해 관심도 별로 없을 뿐더러 아예 무지하기까지 합니다. 이건 비단 우리 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몇 년 간 만났던 독일인들 대다수가 그렇더군요.

전前 회사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상당했던 관계로 매일 많은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했습니다. 어떤 가요들은 정말 혼자 듣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중에 독일인에게도 이런 음악을 들려주면 무척 놀랄거야 – 아니, 감동할지도 모르지.” 란 생각도 했습니다.

완전히 착각이었지요.
음악은 커녕, 아무 관심이 없더군요. 먹는 것에는 종종 관심을 보였습니다만.
처음엔 당황스럽기까지 했는데 나중엔 좀 쓸쓸하더라구요. 그 분명한 현실 – 이들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다 – 는 것 때문에요.

팀 내에 저 말고 한 명의 아시아인이 더 있습니다. Roy라는 중국인인데, 이 친구가 좀 묘합니다. 뭐랄까, 너무 계산적이고 무례하다고 할까요. 같이 생활하기 부담스러운 친구입니다.
중국의 인구가 10억이 넘으니 이를 아우르는 스테레오 타입을 설정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무모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렇더라도 제가 보는 중국은 Roy를 통해서 보는 것입니다. 더욱 직접적이고 피부에 와닿지요. 그래서 전 옳지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제가 행동을 조신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겠지요.
한국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저를 통해서 한국을 판단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