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시사 월간지 ‘밀레니엄’의 기자 미카엘은 거대 금융재벌 베네르스트룀의 음모로 곤경에 빠지게 된다. 이때 대재벌 방예르 가의 총수 헨리크 방예르가 미카엘에게 거액의 보수를 제안하며 방예르 그룹 내 감춰진 과거의 비밀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천재 여성 해커 리스베트(사실 크래커에 더 가까운)가 합류하게 되면서 어두운 과거 뒤에 숨겨진 범죄가 점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는 이야기인데, 흡입력이 굉장하다.

동시에, 이렇게 모든 등장인물이 비호감인 소설도 드문 듯 하다. 특히 주인공 리스베트와 미카엘은 감정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인물들인데, 의례 화내야 할 일에는 침묵하거나 별 감정이 없는 반면,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비정상적으로 흥분하고 반응하는 식이다.
그외 인물들도 실제에서는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사람들이고.

이것때문에 읽으면서 종종 짜증날 때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읽게 된 이유는, 낡고 색 바랜 과거의 미스테리를 첨단 디지털 방법과 구식 아날로그 방법으로 하나씩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흥미진진함 때문이다.
사실 범인이 누구냐보다, 막막하기만 한 수십년 전의 과거를 하나 하나 파헤쳐나가며 실마리를 발견해가는 모습이 훨씬 박진감 넘친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스웨덴에 대한 묘한 선입관 생긴 것 같다.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닌.

20170203_millennium_1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우주비행사가 쓴 자기개발서라고 봐도 될 듯 하다.

‘발사 준비’, ‘이륙’, ‘지구 귀환’의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로켓 탑승 및 발사, 우주에서의 생활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2부, 3부에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제목 그대로 ‘지구 생활’에 도움되는 이야기는 1부에 대부분 있다.

최초의 캐나다 출신 우주인으로서 그는 화려한 경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를 비롯하여 모든 우주비행사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지상에서 ‘준비’하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성공에 대한 그의 정의는 소박하기까지 하다.

나는 우주비행사라면 할 법한 일들을 하려고 쭉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악착같이 훈련에만 매달리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우주에 갈 경우에 대비하겠다는 결심만큼, 하루하루를 알차고 즐겁게 보내겠다는 마음도 똑같이 단호했다. 여태껏 내 선택으로 인해 불행하게 지내왔다면 난 결국 도중하차하고 말았을 것이다. 내게 고난을 무릅쓰는 순교자의 유전자는 없으니까.

우주비행에 나의 자존감이나 행복, 나의 직업적 정체성 따위를 걸지 않았기에 하루하루의 일상이 즐거울 수 있었다. 두번째 비행임무를 완수한 뒤 다시는 우주로 나가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듣고 지상에 머물렀던 11년 동안이나.

내게 성공이란 예전이나 지금이나 (물론 대단한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긴 하지만)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다. 성공은, 우주비행으로 이어지든 아니든, 예고되지 않은 기나긴 여정 내내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것이다. 훈련을 더 높은 어떤 목표에 이르는 준비단계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물론 이런 식의 견해는 진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작가는 평생동안 이런 마음가짐으로 실천하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충고는 매우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지향하는 바가 비슷해서 더 끌리기도 하고.

인상 깊었던 대목 몇가지를 더 옮기면,

우주비행에서 ‘자세’는 방향성을 가리킨다. 태양과 지구 또는 다른 우주선의 위치와 견주어 나의 우주선을 어디로 향하도록 할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세를 제어하지 못하면 두 가지 일이 생긴다. 우주선이 공중제비를 돌기 시작하면서 승무원들이 정위치를 벗어나고, 우주선 또한 올바를 경로를 이탈한다. 시간이나 연료가 부족할 경우, 이로 인해 생사가 갈릴 수 있다. 이를테면 소유스 로켓 안에서 우리는 모든 출처에서 단서(잠망경, 다중 센서, 지평선)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자세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조정한다. 자세 유지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가장 기본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만전을 기한다.
내 경험상 이는 지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내가 바라던 경력상의 목표에 이르렀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세상에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변수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내가 제어할 수 있다. 바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의 자세다. 자세를 통해서만 든든함과 안정감을 느끼며,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 2장, 자세를 유지하라

나로선 참 의아하다. 스승입네 하는 많은 이들이 사람들에게 승리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라고 강력히 권고하고는 거기서 끝인 것이. 어떤 이들은 좋은 일이 생기게 해달라고 오랫동안 열심히 기도하면 실제로 이루어지고, 반대로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면 실제로 나쁜 일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사실 문제를 예상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걱정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일, 즉 생산적인 일이다. 마찬가지로 행동계획을 내놓는 것은 마음의 평안을 주므로 시간낭비가 아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준비하는 것이더라도 그 일이 위험성이 매우 높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 3장, 부정적 사고의 힘

사전계획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내가 그들을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손쉬운 방법이다. 그때 그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할 기회를 번번이 놓친다면, 언젠가는 아주 화려한 축배로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들의 지지와 성원에 감사를 표한다해도 통하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우선해야지 내가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가족도 알게 된다.

— 7장, 고요의 기지, 카자흐스탄

능력은 어느 정도 있지만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플러스인 사람이 결코 될 수 없다. 기껏해야 제로인 사람이다. 하지만 제로인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다. 문젯거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괜한 고생을 시키지 않을 만큼 유능하다는 뜻이다. 대단한 사람이 되기에 앞서 유능해야 하고 그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증명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름길은 없다.

‘제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도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온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배의 조타를 맡든 노를 젓든 둘 다 똑같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법이다. 옷장을 정리한다고 해서 사람의 품격이 손상되진 않는다. 사실 그런 일도 즐기며 할 수 있다. 어떤 일로든 전체 임무에 이바지한다고 여긴다면 말이다.

— 9장, 목표는 제로

지금 그는 거창하고 눈부신 순간을 지나 사다리를 내려오고 있는 듯 하지만, 본인은 새로운 사다리를 오르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사다리를 오르기 위한 준비라는 말에 최근 나의 상황을 돌아보면서 깊은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날마다의 행동이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결정하겠지.”

20170121_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10 Things You Can Do in Your Daily Life to Improve Your Personal Development

원문은 여기.

다행히 많은 항목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들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 세가지는 따로 표시 하였다.

1. Read about what you want to improve.

2. Find a mentor.

3. Reflect at the end of each day.

4. Create a strong practice regimen.

5. Find others to push you and train with.

6. Create a reward/punishment system.

7. Stay honest with yourself.

8. Find role models you can look up to.

9. Measure your progress.

10. Consistency is the key.

Printing in Sublime Text 3

놀랍게도 Sublime Text에는 Print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서 개발되지 않았다는데, 사실 몇 년 째 사용하면서 이제서야 알아챘다는 점에서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어색함)

Forum을 보니 이런 대화도 보인다.

– It’s one of the most basic features in a text editor is printing.
– Nope, Editor is for editing.

Editor 시장 초기도 아닌데 이런 논란이 아직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7년의 밤

정말 오랜만에 읽은 한국소설.

서스펜스 소설이라 하기엔 일견 단순한 줄거리에 등장인물도 많지 않지만, 각 인물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의 묘사나 잘 편집된 영화를 보는 듯한 서술은 소설에 굉장한 흡입력을 부여한다.
이 때문인지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 버려서 소설 초중반에 나오는 세령의 학대, 그리고 죽음 장면은 읽기 너무 힘들었다. (거의 읽는 것을 포기할 뻔 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종종 최선이 아닌, 결과적으로 최악이 되는 그런 선택들을 하게 된다.
그 이유들은 결코 단선적이지 않은데, 우리네 현실에서 매순간 일어나는 선택들 역시 그러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특히 최현식과 강은주, 두 인물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라면 과연 다른 선택을 했을까 하는.

또한 유약함과 소심함으로 인해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최현식이라는 인물에게 있어서 절대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부성애였다는 점에서, 소설 마지막 페이지의 플래시백 장면은 한참을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사족처럼 보이는 영재의 어린 시절 이야기보다는 차라리 은주의 마지막 장면이나 딸을 버리고 떠난 하영의 결정 등이 더 설득력있게 서술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잘 짜여진 구성, 무엇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문체의 힘이 큰 소설인데 이를 영화화한다니 기대반 우려반이다.

20161025_7년의 밤

언어와 환경

2주 전부터 미친듯이 진행된 수정요건의 반영으로 인해 개발자들과 평소보다 훨씬 많은 말을 해야 했다.

영어란 참 특이하다.
Native speaker와 같이 있으면 그만큼 수준이 올라가고, 그리 유창하지 못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그만큼 내 수준도 하향평준화 된다.
예를 들어 London에 머무를 때는 소위 ‘버벅거림’이 거의 없이 제법 유창하게 의사소통을 하지만, 같이 있는 스페인인 개발자나 폴란드인 테스터들과 이야기할 때는 종종 막힐 때가 있다.

이런 것이 일반적이라면 비영어권 지역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예를 들어 한국의 학원에서)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이고.

나만 그런거라면야 뭐, 상관없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