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helbel의 Canon, 눈으로 듣기

Pachelbel의 ‘Canon’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하지만 비전공자가 그 악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일은 없을 듯 하다.

사실 Canon 형식 – 또는 대위법을 따르는 – 의 곡의 악보를 보면 제법 재미있다.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식의 돌림노래가 어떻게 기가 막힌 음의 조화를 이루는 지도 놀랍지만, Canon의 악보를 보면 각 성부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하나의 graphical한 패턴을 보여주는데 아주 근사하다.

아래 YouTube의 동영상을 보면 바이올린 3부와 콘티누오가 두 마디 간격으로 진행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간단해서 보기도 좋다)
점차 세밀하게 나뉘어져 가는 윗 성부의 화려함도 좋지만, 그 화려함 뒤에 4/4박자의 콘티누오가 30회 가까이 묵묵히 같은 주제를 반복하는 것이 더 흥미롭고 믿음직스럽다. :-)

Palestrina, Sicut Cervus

지난 금요일 라디오(SWR2)에서 Palestrina의 ‘Missa de Beata Virgine’을 들은 뒤로 계속 르네상스 시대 음악에 꽂혀있다.

스스로를 ‘종교인’으로 분류하더라도 깊은 신앙심, 신실한 신앙생활과는 좀 거리가 있는 터라 종교음악을 들을 때에도 음악 자체에 관심이 있지 그 성격이나 배경으로 인해 큰 감흥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참된 종교는 인생과 세상의 신비를 대면하여 경외심을 느끼고 그 신비를 탐구하는 과정중에 생기는 것이다.”, “어느 한 종교가 종교적 진리를 독점할 수 없다.”고 말한 아브라함 헤셀의 말에 많이 공감하는 터이기도 하고.

한데, 오늘 Palestrina의 Motet ‘Sicut Cervus’을 듣고 완전히 압도되었다. 종교에 대한 수많은 갑론을박을 떠나… 이런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사랑해주고 아끼는 신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