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말할 것도 없고

꽤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 작품이다. 내용의 상당부분이 영국 빅토리아 시대 배경이고(14세기도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한 묘사를 당시의 어법 – 수많은 인용문과 함께 – 으로 하기 때문에 번역에 심한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맛깔나게 번역을 한 역자의 노고가 돋보인다.

책은 두툼하지만 꽤 스피디있다. 내용도 꽤 재미있고 심지어 웃기는 대목도 많다. 빅토리아 시대에서의 많은 해프닝과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네드의 독백은 흡사 시트콤을 보는 듯 재치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대체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 되었을까 의아하기도 했다. 조금 더 압축했음 좋았을 것 같은데.

일반적인 시간여행 이야기는 시간여행자가 역사를 바꾸려 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리는 반면, 코니 윌리스는 역사가 스스로 무수한 편차를 교정해간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나비효과를 예로 들면, 나비의 펄럭임이 결국 일으키는 엄청난 변화 – 가 포인트가 아니라 그런 결과를 이미 알고 나비의 펄럭임을 만들어내는 ‘의도’가 있다는 것. 모든 것이 역사의 의도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주제로, 세상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비밀은 결국 극히 사소한 어떤 것이라는 것도 언급한다. 극중에 워털루 전투의 모형을 만들어 실험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결말에 가면 아래와 같은 대화가 나온다.

– 워털루 전투의 승패를 결정지은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 맞아요. 너무나 사소해서 그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는 무언가죠. 그게 바로 ‘모형’을 만드는 데의 약점이죠. 사람들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요소들만 집어넣고 모형을 만들거든요. 하지만 워털루 전투는 혼돈계라구요. ‘모든’ 것이 다 관계가 있어요.

극 흐름과 연관된 역사적 사건이나 이론들도 다양하게 언급되는데(슈레딩거의 고양이나 2차대전 이야기 등) 개인적으로 루이 16세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P190)
배경만 우리나라로 해서 작품이 나온다면 훨씬 재미있었을텐데.

녹색당Die Grünen

지난 일요일 Baden-Württemberg 주와 Rheinland-Pfalz 주의 선거가 있었는데 그 결과가 놀랍다. 내가 살고 있는 Baden-Württemberg 주에서 현 집권당인 기민당CDU을 누르고 사민당SPD-녹색당Grünen 연정이 50% 가까운 득표율을 얻은 것.

독일내 6개 정당 중 녹색당은 소위 말해 마이너이다. 강령이 “Die Zukunft ist grün (미래는 녹색이다)”란 것만으로도 짐작 가능하다. 주로 환경문제와 에너지, 기타 사회보장 등을 다루는 정당이, 그것도 보수적인 독일 남부지역에서 대승大勝함으로써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녹색당 소속 주총리Ministerpräsident가 나오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아무래도 독일 언론에서 여전히 핫이슈로 다루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말 넌더리나게 언급하고 있다. 선거를 바로 앞두고 일어난 이 재난이 그들에게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을른지도) 또 다른 원인으로 ‘Stuttgart 21’ 이슈가 있겠고… 그러잖아도 Lidl에서 ‘Bild’지를 얼핏 보니 이미 Stuttgart 21에 대한 기사를 신나게 써갈기고 있는 듯 하드만. (Stuttgart 21에 대한 찬반논쟁은 무척 흥미롭다. 아래 링크 참조)

Stuttgart 21
Stuttgart 21 (위키피디아)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 – 양측의 입장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게 될 지 무척 흥미진진하다.

Busoni plays Chaconne, Piano roll

단순작업 하며 들을 음악을 YouTube에서 고르다가 ‘Busoni plays Bach’란 컨텐츠를 우연히 발견했다.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라 흥미 발동하여 당장 들어보았다.

첫 소절을 듣자마자 fake란 생각이 들었다. Busoni가 사망한 것이 20년대 초인데 이 음질은 복원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Piano roll을 이용하여 녹음한 것이라고 한다. (Busoni는 생전에 꽤 많은 Piano roll을 남겼다고 한다)
정말 놀랐다. 이렇게도 하는구나.

안타깝게도, 이 위대한 작곡가의 연주솜씨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ㅎㅎ

많은 이들이 미켈란젤리Michelangeli의 연주를 극찬하지만, 개인적으론 라로차Larrocha의 1987년도 Decca 발매반에 수록된 연주에 비할 바는 아니라 생각한다. 라로차의 Chaconne도 YouTube에 올라와 있지만 다른 버젼인듯. (오히려 미켈란젤리 연주와 유사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가 세상을 떠났다.
고인에 대한 명복이 우선이어야 하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자주 접하게 되는 이런 소식으로 인한 상실감 –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 이 더 마음을 무겁게 한다.

공식적인 봄의 시작

많이 풀린 날씨에 대해 동료와 잡담 중, 어제가 ‘봄의 시작’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왜 오늘은 아니냐고 반문하니 ‘공식적’으로 기상청에서 어제를 봄의 시작으로 공표했다고 한다.

웃기는 짬뽕이다 ㅎㅎ 그걸 꼭 공식화해야 하나. 날이 풀린 것은 이미 2주 전부터인지라 올해는 봄이 제법 빨리 왔구나 싶었는데, 그럼 난 여태까지 겨울을 살고 있었나보다. 설마 해서 Tagesschau의 날씨 정보를 확인해보니 정말로 봄이 오늘부로 시작되었다는 둥, 그런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좌우간 이 사람들 특이하다. 덕분에 한참 웃긴 했다만.

‘나는 가수다’ 이소라 씨에 대한 이해

원래 TV를 잘 보지 않는데다 해외서 살다보니 더더욱 TV와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런 상황이 만족스럽긴 하다만 친구와 이야기 도중 TV 프로가 화제에 오르면 난감할 때가 많다. 제빵왕 뭐시기나 시크릿 어쩌구… 뭔 소린지.

그런 내가 요즘 한 TV 프로 방영을 열심히 기다리고 있다 – ‘나는 가수다’.
1, 2회를 보고 그 다음 주가 얼마나 기다려지던지. 이런 기분 한 20년 만인 것 같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분에 대해 잡음이 꽤 큰 것 같다. (아직 못 봤다) 사실 뉴스를 통해 들은 소식들은 꽤 실망스럽긴 하다. 김건모 씨야 그렇다쳐도 이소라 씨에 대해서 자질 논란, 너무 감정적이지 않냐, 방송이 장난이냐 등 말이 많던데…
글쎄, 뭐 개인적으로는 별로 문제 삼고 싶진 않다. 수십년간 들었던 수많은 가요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고 있는 ‘바람이 분다’ 같은 곡… 성실하고 MC 자질 충만한 사람이 그런 감정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MC를 하게 될 지, 아니 방송에 계속 나올 지는 모르겠으나 난 이소라 씨가 계속 지금처럼 노래했음 좋겠다. 솔직히 말해, 각본대로 늘 판에 박힌 멘트 날리고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싸구려 노래 부르는 사람들 보며 넌더리 내느니 이소라 씨 행동 백번 더 이해해주고 싶다.

양비론兩非論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요즘 방송에 대한 이야기 들어보면 자질논란 될만한 수준 이하 퀄리티의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새삼스럽게스리.

이타적 인간의 출현

세일러의 추천으로 알게 된 책. 딱딱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굉장히 흥미롭고 읽기 쉽다. 특히, 전문적이고 좀 딱딱한 내용은 책 뒤쪽의 부록 ‘게임이론 입문’으로 밀어서(그래서 그런지 별로 ‘부록’스럽지 않다) 글의 흐름이 안 끊기게 한다든가, 매 장章 새로운 내용에 앞서 기 서술된 내용들을 짧게 언급, 또는 서로 연관시켜 이해하기 쉽게 한 구성이 무척 맘에 든다. 지적만족과 읽는 즐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 딜레마나 ‘공공재 게임’ 등을 보면, 인간은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 (영화 ‘Beautiful Mind’로 잘 알려진), 즉 항상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을 택하게끔 되어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타적 동기에서 비롯한 행동들이 사회에 존재한다. 그것도 많이.

언뜻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면서도 이론적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수수께끼 같은 이타적 행위 및 강한 상호성이 어떻게 진화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실험들을 보여준다.
그런 예시나 실험 결과를 보면 ‘어, 나도 이렇게 행동할 것 같은데’ 하는 것들이 많이 나온다.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그런 행동들에 공감은 하면서도 궁금해오던 차에, 이 책은 그 이유를 제법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10장 ‘앙갚음의 미학’에서 서술하고 있는 보복행위, 즉 상호적 인간Homo reciprocan 부분에 대한 설명은 무척 흥미있었다. :-)

설득의 심리학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있다가 뭔 바람이 불었는지 토요일 오후에 읽기 시작, 일요일에 다 읽어버렸다.

언급되는 사례나 예시가 좀 오래되었고 책에서 언급하는 6가지 법칙들이 직간접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들이긴 하다. 하지만 각 법칙들의 설명 끝부분에 언급하고 있는 ‘자기 방어전략’은 수시로 참고해볼만 하다. 제목만 훑으면 그냥 그런가 싶지만, 읽다보면 오호라, 하는 내용들도 꽤 많다.
개인적으로는 ‘일관성의 법칙’과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두서 없이 몇가지 정리하면,

  • 상호성의 법칙은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일단 활성화되면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쉽지않다. 호의와 술책을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호의는 감사히 받아들이고 우리가 지금 빚진 만큼 앞으로 언젠가는 빚을 갚을 때가 있을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호의가 술책임이 판명되면 상황을 ‘재조명redefinition’하고 빚진다는 마음의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 일관성의 법칙은 ‘습관’이란 의미보다 조금 더 나아간, 일관적인 행동을 보이려는 경향을 말한다. 타인에 의해 악용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1) 본능적인 거부감 – 마음에서 울리는 경고음 – 을 따르며 2) 처음에 자신이 의도했던 바를 되돌아본다. 만일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고 있었다면 나는 그때 어떤 결정을 하였을까… 란 식으로.
  • 호감의 법칙의 영향력에 의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가장 높을 때는 우리에게 어떤 요청을 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과 그의 요청에 대한 감정이 뒤섞여 혼재해 있을 때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저자는 ‘설득당하지 않는 방법’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역으로, 언급된 내용을 잘 이용하여 상대방을 설득,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몰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독일 영주허가 소지시 한국체류기간

독일서 일하다가 한국을 방문할 경우 얼마나 오래 머무를 수 있는가 – 에 대해 찾던 중 발견한 유용한 링크 몇개를 정리했다. 아무래도 베를린리포트가 많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