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를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그와는 별도로 이 책은 매우 구성이 짜임새 있고 일관성이 있다. 보통 이런 류의 책은 적잖은 집중력을 요하는데 덕분에 쉽게 사고의 흐트러짐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또다른 이 책의 미덕은 흥미로운 예시와 은유, 그리고 유머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좀 지나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예를 들면 국채를 설명할 때,
두 사람이 구형 자동차의 부품을 찾기 위해 폐차장에 갔다. 폐차장은 매우 컸고, 폐차장 주인은 두 사람에게 직접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부품을 찾아보라고 했다. 동시에 폐차장 주인은 그의 애완용 염소를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은 돌아다니다가 땅에 있는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무심코 그 구멍에 돌을 차 넣었는데 놀랍게도 돌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자동차 부품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점점 더 큰 물체들을 그 구멍에 던져 넣었지만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자동차 트랜스미션을 던져 넣었는데, 잠시후 염소 한 마리가 달려오더니 그 구멍 옆에 섰다. 그리고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놀라서 폐차장 주인에게 돌아가, 물건을 구멍에 던졌다는 이야기는 빼고 염소가 그 구멍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만 했다. 폐차장 주인은 “이상하네요. 내 염소는 자동차 트랜스미션에 단단히 묶여있을 텐데요.” 하고 말했다.
채권에 있어서 국채는 자동차 트랜스미션이고 다른 모든 채권은 염소다. 만약 국채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다른 모든 채권의 가치도 떨어진다.
흥미로운 책 제목의 일부 ‘도마뱀의 뇌’는 실제로 도마뱀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덜 인지되고, 덜 추상적인 정신 영역에 대한 함축적인 표현이다. 이 도마뱀의 뇌의 효과는 때로는 중립적이기도 하고, 정확한 해결책을 주기도 하며,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게도 하는데, 이 각각의 효과는 어떠한 환경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불행히도, 금융시장은 도마뱀의 뇌가 최악의 결정을 내리게 하는 범주에 속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질러지기 쉬운 저질판단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책의 말미에 8가지 법칙을 제시하는데 그 대부분은 – 예상하다시피 – 이미 잘 알려진 것들이다. 단지 객관적이고 알아듣기 쉬운 저자의 말솜씨 때문에 같은 말이라도 꽤 설득력을 지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 몇가지는,
- 도마뱀의 뇌는 손실에 직면하면 더욱 비합리적으로 기승을 부린다.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들을 더 구입하지 마라. 평균단가를 올리는 경우에만 투자를 늘려라.
- 정기 정액의 형태로 주식을 구입하지 마라. (이 규칙은 상기 규칙과 일맥상통한다. 즉 주식 시장이 하락세에 있지 않다는 비밀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면 이는 손해보고 있는 주식의 평균 단가를 낮추는 어리석은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 투자 결정 시간에만 금융 관련 뉴스를 들어라.
등등.
하지만 상기 규칙들 보다는 P296에 나오는 “주식 매도의 윈-윈 형태는 비합리적 형태를 띤다”란 단락이 지금 나에게는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