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End 2010 참관기 #3/3

전시장을 돌다보니 마치 패션쇼에 온 듯 한 느낌을 받더군요. 각자 자신의 최고의 모습과 사운드를 무대에서 보여주면 관객들이 정신 없이 플래쉬를 터뜨리며 열광하는.

다행인 것은, 아내 역시 오디오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소리야 어떻든간에, 이쁘잖아요. :-) WAF (Wife Acceptance Factor)는 업체에게나 남편들에게나 중요합니다…

Tann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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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10T은 이번 전시회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스피커였습니다.
너무 혹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DC10T는 5,500유로, DC8T는 4,500유로 정도라고 하더군요. Mannheim의 Expert Gallerie – 지난 1월 Martin Logan을 청음했던 곳입니다 – 에서 마침 DC10T를 주문했다고 하니, 운이 좋다면 나중에 들어볼 기회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디오 가격들을 보고 늘 기겁을 하던 아내도 이 제품을 보더니 아무 말 않더군요. 이 정도로 수려한 자태의 스피커라면 스피커 업계의 WAF Top 순위에 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Grip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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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서 드물게 영어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던 Griphon의 전시장입니다. 제품 자체가 아닌, 음악과 뇌의 상호작용 등에 대한 것들이라 약간 흥미가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꽤 재미있었지요. (15세에서 25세 사이에 소위 ‘음악적 취향’이란 것이 형성되고 이것이 남은 일생 내내 지배한다더군요)

전면의 거대한 스피커는 4-Way Twin Tower 형의 ‘Poseidon‘입니다. 디자인보다 오히려 네이밍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지요.

프리젠테이션 간간히 들려주던 보컬음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직전에 들었던 Focal의 소리보다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떤 방문객이 Rachmaninov CD를 주며 좀 들려줄 수 있냐고 하더군요. 제대로 된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겠구나 싶어 경청했는데, 이런… 좀 실망했습니다. 피아노와 관현악 파트가 완전히 따로 노는 듣보잡 연주 탓도 있겠지만 앞서 보컬에서 들려주었던 탁월한 현장감은 온데간데 없이 평범한 소리를 들려주더군요.
기대가 컸던 만큼이나 많이 아쉬웠습니다.

Tria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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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angle사의 스피커 ‘GENÈSE‘ 입니다. 별 기대 없이 청음 해보았는데, 의외로 굉장히 소리가 좋았습니다. 직전의 Focal도 그렇고, 혹시 프랑스 쪽 메이커 제품의 소리에 어떤 경향이 있어서 내 취향과 잘 맞는 것이 아닐른지 – 하는 속단까지 들더군요.
무척 호방하고 거침없는 소리에 한참을 빠졌다가 피아노 곡을 들려줄 수 있냐고 따로 부탁을 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Rachmaninov의 피아노 협주곡을 또 틀어주더군요. 이번에도 연주는 피아노가 혼자 미쳐 날뛰는… 에휴…
현악 파트는 거슬림 없이 울림이 좋은 소리를 보여주었지만 피아노는 아니었습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나중에라도 같이 쓰인 Lyric 앰프와 함께(이 앰프를 매칭기기로 계속 추천하더군요) 다시 들어보고 싶은 모델이었습니다.

T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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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어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TAD의 ‘Reference One’입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틀어서 가장 훌륭한 소리였습니다.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더군요.
제가 들어갔을때 뉴에이지 분위기의 어떤 성악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뭐랄까, 스피커 앞에 깔려있는 천을 밟고 노래하는 이가 걸어나오는 듯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구닥다리 고물 스피커도 파이오니어지만 이 물건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듯 하고…
청음실 분위기 자체에서 어떤 경건함을 느낄 만큼 사운드에 매료되었습니다.

옆에 CR1(Compact Reference One),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버지 Reference One의 컴팩트 버젼, 특히 같은 Beryllium mid/tweeter와 custom drivers를 갖춘 스피커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CR1은 독일에 딜러가 있냐구 물어보니 수더분하게 생긴 담당자가 자기가 유럽에서 유일한 딜러다, 스웨덴에 있는데 필요하면 언제든지 비행기를 타고 방문하겠다 – 고 하더군요.
가격이 상상이 가데요 ㅎㅎ 35,000유로라는데, Pair 가격인지 한 짝의 가격인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가격을 듣고 좀 어지러워서… (독일에서는 보통 스피커 가격을 게시할 때 한 짝의 가격을 올립니다. 이해는 안 가지만)
뭐, 이런 소리를 ‘볼 수 있는’ 경험에 만족해야겠지요.

Audio Phy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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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bert와 함께 이번 전시회에서 꼭 방문하고 싶었던 전시장이 바로 ‘Audio Physic’ 이였습니다. 예전에 이들의 모델 ‘Sitara’에 대한 리뷰가 무척 좋았기 때문에 관심이 많이 있었지요. (Sitara는 독일서 약 2,000유로 정도 합니다)
많은 전시장이 청음 스케쥴을 정해 놓고 운영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입장과 퇴장이 자유로왔습니다. 반면 여기는 티켓을 발행하면서 엄격하게 운영하더군요. 말인 즉슨, 5분 듣고 어떻게 우리 스피커가 좋은 지 알 수 있느냐 – 는 것이지요. 호감이 가더군요.
시간이 늦어서 청음 기회가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마지막 세션에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30분 정도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요.

스피커는 그들의 flagship인 ‘Cardeas’였습니다. 자신 있게 클래식부터 Jazz, Pop, New Age 등 다양한 곡을 들려주더군요. 해당 스피커의 구조와 원리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처음 들려준 것은 Mozart의 피아노 소나타. 현장음에 가까운 피아노의 소리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음에 들려준 피아노 반주의 뉴에이지 보컬 곡에서는 그냥, 참 좋다… 라는 말 밖에 못하겠더군요. Vivaldi의 사계 중 여름에 이어 Dire Straits의 ‘Money for Nothing’을 Jazz 풍으로 희화한 곡에서는 다들 어깨를 들썩거렸습니다. 이 곡은 LP가 아닌 CD로 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Audio Physic 제품을 다 듣고 나서 아내가 한마디 하더군요. Nubert를 좋아하는 회사 동료들이 한 말 – Nubert가 최고의 사운드를 제공하진 않지만 동급의 사운드를 다른 메이커 제품으로 들으려면 네다섯 배 가격은 지불해야 한다 – 이 완전히 이해가 가더라구요. 동감했지요.
Cardeas의 소리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nuVero 14’도 이 정도 소리는 내는데 가격은 1/4 정도거든요. (Cardeas는 약 18,000유로 정도 합니다)


청음을 마치고 나니 이미 매장들 대부분이 문을 닫았습니다. 생각 같아선 하루 더 머물고 싶었지만 월요일에 너무 피곤할 듯 하여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찌나 흥분했던지 Heidelberg로 돌아오는 4시간 가량의 운전 시간이 피곤하질 않더군요.

추1: 더 상세한 사진들은 Picasa에 따로 올렸습니다.
추2: 사용된 기기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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